손태진 [THE PRESENT ‘Today's’] 음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는 순위와 장르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음악을 듣고 즐기는 데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지만, 아무튼 사람과 사람 사이 나누는 부담 없는 이야깃거리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좋은 소재니 말이다. 많은 이들이 흥미를 찾아 음악을 나누고 비교하고 겨루는 사이, 정말 좋은 음악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는 그리고 끝내 그 길을 찾아내는 사람에게서 주로 탄생한다. 음악이 세상에 존재한 이래 변함없이 반복되어 온 역사다. [THE PRESENT] 역시 그런 기로 위에 선 앨범이다. 앨범은 포르테 디 콰트로의 멤버이자 성악가, 크로스오버 뮤지션인 손태진이 자신의 노래를 찾아가기 여정 위에 내린 첫 발자국이다. 지난 11월 먼저 선보인 ‘At The Time'이 새로운 날개로 이제 막 기지개를 켠 손태진을 담은 전반전이었다면, 새롭게 발매되는 ‘Today’s’는 이제 비로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본격적으로 펼쳐놓는 후반전이다. ‘선물과도 같은 지금’을 순하게 찬미한 전작과 달리 [THE PRESENT ‘Today's’]는 ‘어른들을 위한 음악 동화’라는 커다란 테마는 전작과 함께 공유하되,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실은 ‘미래의 내가 간절히 원하는 돌아가고 싶어 한 순간’이라는 애틋한 정서를 한 겹 덧입힌다. 어떻게 봐도 승부처가 될 수밖에 없는 곳에서,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익숙한 베테랑들의 손길이 구원처럼 스민다. 어제와 같은, 그래서 분명 내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무감한 오늘에 애절한 서사를 입힌 건 작사가 김이나의 공이다. 작곡가 권지수, 이재호와 작사가 김이나가 힘을 합한 첫 곡 ‘오늘’은 다소 묵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트링과 합창단의 협연으로 꽉 채워진 곡임에도 불구하고 그 서정과 소리의 파도를 덤덤하게 눌러 표현해내는 손태진의 목소리 덕분에 노래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곡의 다층적인 결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완성된 곡이다. 먼 미래의 내가 간절히 원해 돌아온 바로 그날, 당장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사랑도 세상이 무너질 듯한 이별도 밀려드는 파도의 세기 그대로 맞설 수 있는 지금을 노래하는 목소리가 더없이 믿음직하다. 조금의 망설임도 두려움도 사라진 순간을 넘어선 뒤 우리의 귀를 두드리는 건 스페인에 위치한 알리칸테(Alicante)의 이국적인 골목을 그린 ‘Roman Guitar’다.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지휘 아래 춤추는 손태진의 포근한 음성은 지중해와 맞닿은 낯선 풍경을 배경으로 연인을 위해 기타를 치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이의 낭만을 그려낸다. 김범수, 신용재, 벤 등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들과 작업해 온 작곡가 최성일과 호흡을 맞춘 ‘마중’이 만든 깊은 감성의 숲을 지나고 나면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인 정재형의 손끝에서 태어난 ‘여름 공원’이 문을 열고 여정의 끝을 기다린다. 생에 다시 없을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나눈 이를 위한 따뜻한 슬픔으로 가득 찬 송가(送歌)가 남기는 마지막 여운이 가볍지 않다.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 어른거린다. 보컬리스트 손태진이 걸어 나갈 길의 첫 막이 이제 막 열렸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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