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W SURV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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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롭도록 미친: 힙노시스테라피 [RAW SURVIVAL] 아무 준비나 면역 없이 힙노시스테라피를 처음 듣고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격부터 받을 것이다. 자신을 동물이라 칭하는 래퍼와 그런 그의 뒤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묵묵히 리듬을 타는 DJ. 어떻게 봐도 의심스러운 두 사람이 기묘한 조합이 자아내는 에너지파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쓰러뜨렸다.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야외 페스티벌, 낡은 바 지하에 자리한 호주의 라이브 홀, 백 명 정도면 꽉 차는 이태원 클럽, 근엄한 심사위원들의 헛기침 소리만 조용히 울려 퍼지는 오디션장. 참 다양한 곳에서 이들을 만났고, 힙노시스테라피는 그때마다 폭주했다. 그곳이 어디든 공연이 끝나고 나면, 모든 걸 연소한 사람의 개운한 열기와 이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환호성만이 남았다. 그런 이들이 만든 세 번째 앨범 [RAW SURVIVAL]은 내가 미치는 것으로 타인을 미치게 만들 줄 아는 짱유와 제이플로우 두 사람이 순도 99.9%의 광기로 빚어낸 앨범이다. [RAW SURVIVAL]을 통해 두 사람이 세상에 던지는 화두는 ‘날 것의 생존’이다. 꾸밀 대로 꾸민 데다 그조차 몇 번을 걸러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게 익숙해진 시대, 두 사람은 변변한 천 조각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바로 여기 지금 살아 펄떡거리는 육체와 정신을 한 주먹 가득 쥐어 사람들 눈앞에 들이민다. 생각은 형태를 갖추기 전 피처럼 토해지고, 육체는 그저 생존을 위해 땅바닥에 나뒹군다. 데뷔작 [HYPNOSIS THERAPY]와 전작 [PSILOCYBIN]을 거치며 여러 테스트를 마친 이들은 [RAW SURVIVAL]에서 이제 이 정도로는 망가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며 브레이크부터 부러뜨리고 출발한다. 인트로 트랙 ‘in car’로 시원하게 밟은 가속 페달은 속도 계기판과 허벅지가 터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돌진한다. 제이플로우의 치밀한 비트와 짱유의 파괴적인 래핑은 전자음악과 힙합처럼 이들을 규정해 온 장르적 틀이나 지금 쏟아지는 소리를 어떻게든 분석해 보려는 알량한 시도를 거침없이 깔아 뭉갠다. 말이 되지 않는 말이 모여 말이 되고, 음악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소리가 뭉쳐 음악을 만든다. 앨범을 채운 건 사고하기 전 본능으로만 감각할 수 있는 공기의 파동과 에너지 덩어리뿐이다. 당장이라도 스피커를 찢고 나와 두 눈을 희번덕거릴 것 같은 이들의 동공에 인간다운 초점이 맞춰지는 몇 안 되는 순간이 있으니 함께 음악을 만든 동료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무섭도록 직관적인 음악에 어울리는 동료 역시 직관적으로 탁월하게 고를 줄 아는 이들이 맞이한 새로운 파트너는 데뷔작 [Tuli Banyo]로 컬트적 인기를 끈 래퍼 Ecko Bazz와 미국 포틀랜드 출신 전자음악가 QUIET BISON이다. 7번 트랙 ‘HELLO!’의 파트너 Ecko Bazz는 이전부터 그의 작업물을 지켜보던 두 사람이 삼고초려로 모신 귀인이다. ‘에너지’라는 말에만 반응하는 짐승처럼 곡 내내 으르렁거리던 짱유와 Ecko Bazz 두 사람이 마침내 폭발하는 2분 여의 연출이 기막히다. QUIET BISON은 앨범의 마지막 곡 ‘BLAZE’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 곡은 기어코 앨범의 하이라이트 자리를 가져간다. 불길한 폭죽처럼 터지는 리듬과 함께 ‘시간은 충분해 서두를 건 없’다며 자세를 낮추던 곡은 후반에 이르러 듣는 이를 강력한 트랜스 상태로 이끈다. 토해낸다는 단어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는 짱유의 랩은 앨범 이곳저곳을 부수고 다니다 ‘BLAZE’에 이르러 비로소 마지막 산화의 불꽃을 쏘아 올린다. 지금 한국에서 제일 제멋대로인 듀오가 만든 새로운 상자의 뚜껑이 열렸다. 여기는 정말 상서로울 정도로 미쳐있다. 각오하고 들어오는 게 좋을 것이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CREDIT] Executive Producer: HYPNOSIS THERAPY Produced by Jflow Composed by Jflow, QUIET BISON(9) Arranged by Jflow, QUIET BISON(9) Lyrics by 짱유, Ecko Bazz(7) Mixed by Jflow @Earth Sound Mastered by 나잠 수 @Wormwood Hill Studio Art Directed by Marvin Kim @SPINE PRESS Music Video Directed by CSD Videography(3), ENTITETA(5), ROUGH.LAB(8,9) Korea Management by 정재호 Publishing by The Orchard © 2024 HYPNOSIS THERAPY.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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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서롭도록 미친: 힙노시스테라피 [RAW SURVIVAL] 아무 준비나 면역 없이 힙노시스테라피를 처음 듣고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격부터 받을 것이다. 자신을 동물이라 칭하는 래퍼와 그런 그의 뒤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묵묵히 리듬을 타는 DJ. 어떻게 봐도 의심스러운 두 사람이 기묘한 조합이 자아내는 에너지파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쓰러뜨렸다.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야외 페스티벌, 낡은 바 지하에 자리한 호주의 라이브 홀, 백 명 정도면 꽉 차는 이태원 클럽, 근엄한 심사위원들의 헛기침 소리만 조용히 울려 퍼지는 오디션장. 참 다양한 곳에서 이들을 만났고, 힙노시스테라피는 그때마다 폭주했다. 그곳이 어디든 공연이 끝나고 나면, 모든 걸 연소한 사람의 개운한 열기와 이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환호성만이 남았다. 그런 이들이 만든 세 번째 앨범 [RAW SURVIVAL]은 내가 미치는 것으로 타인을 미치게 만들 줄 아는 짱유와 제이플로우 두 사람이 순도 99.9%의 광기로 빚어낸 앨범이다. [RAW SURVIVAL]을 통해 두 사람이 세상에 던지는 화두는 ‘날 것의 생존’이다. 꾸밀 대로 꾸민 데다 그조차 몇 번을 걸러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게 익숙해진 시대, 두 사람은 변변한 천 조각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바로 여기 지금 살아 펄떡거리는 육체와 정신을 한 주먹 가득 쥐어 사람들 눈앞에 들이민다. 생각은 형태를 갖추기 전 피처럼 토해지고, 육체는 그저 생존을 위해 땅바닥에 나뒹군다. 데뷔작 [HYPNOSIS THERAPY]와 전작 [PSILOCYBIN]을 거치며 여러 테스트를 마친 이들은 [RAW SURVIVAL]에서 이제 이 정도로는 망가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며 브레이크부터 부러뜨리고 출발한다. 인트로 트랙 ‘in car’로 시원하게 밟은 가속 페달은 속도 계기판과 허벅지가 터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돌진한다. 제이플로우의 치밀한 비트와 짱유의 파괴적인 래핑은 전자음악과 힙합처럼 이들을 규정해 온 장르적 틀이나 지금 쏟아지는 소리를 어떻게든 분석해 보려는 알량한 시도를 거침없이 깔아 뭉갠다. 말이 되지 않는 말이 모여 말이 되고, 음악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소리가 뭉쳐 음악을 만든다. 앨범을 채운 건 사고하기 전 본능으로만 감각할 수 있는 공기의 파동과 에너지 덩어리뿐이다. 당장이라도 스피커를 찢고 나와 두 눈을 희번덕거릴 것 같은 이들의 동공에 인간다운 초점이 맞춰지는 몇 안 되는 순간이 있으니 함께 음악을 만든 동료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무섭도록 직관적인 음악에 어울리는 동료 역시 직관적으로 탁월하게 고를 줄 아는 이들이 맞이한 새로운 파트너는 데뷔작 [Tuli Banyo]로 컬트적 인기를 끈 래퍼 Ecko Bazz와 미국 포틀랜드 출신 전자음악가 QUIET BISON이다. 7번 트랙 ‘HELLO!’의 파트너 Ecko Bazz는 이전부터 그의 작업물을 지켜보던 두 사람이 삼고초려로 모신 귀인이다. ‘에너지’라는 말에만 반응하는 짐승처럼 곡 내내 으르렁거리던 짱유와 Ecko Bazz 두 사람이 마침내 폭발하는 2분 여의 연출이 기막히다. QUIET BISON은 앨범의 마지막 곡 ‘BLAZE’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 곡은 기어코 앨범의 하이라이트 자리를 가져간다. 불길한 폭죽처럼 터지는 리듬과 함께 ‘시간은 충분해 서두를 건 없’다며 자세를 낮추던 곡은 후반에 이르러 듣는 이를 강력한 트랜스 상태로 이끈다. 토해낸다는 단어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는 짱유의 랩은 앨범 이곳저곳을 부수고 다니다 ‘BLAZE’에 이르러 비로소 마지막 산화의 불꽃을 쏘아 올린다. 지금 한국에서 제일 제멋대로인 듀오가 만든 새로운 상자의 뚜껑이 열렸다. 여기는 정말 상서로울 정도로 미쳐있다. 각오하고 들어오는 게 좋을 것이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CREDIT] Executive Producer: HYPNOSIS THERAPY Produced by Jflow Composed by Jflow, QUIET BISON(9) Arranged by Jflow, QUIET BISON(9) Lyrics by 짱유, Ecko Bazz(7) Mixed by Jflow @Earth Sound Mastered by 나잠 수 @Wormwood Hill Studio Art Directed by Marvin Kim @SPINE PRESS Music Video Directed by CSD Videography(3), ENTITETA(5), ROUGH.LAB(8,9) Korea Management by 정재호 Publishing by The Orchard © 2024 HYPNOSIS THERAPY.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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