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세계, 들리는 세계, 그리고 시작점을 알리는 한 세계 SARA [Lurch] 프로듀서의 앨범을 접하다 보면 다양한 시선과 관점이 생긴다. 잊고 있었던 음악의 한 부분을 다시금 깨닫기도 하고 여러 소리의 전개를 살피는 동안 작법과 구성에 관한 고민도 함께하게 된다. 물론 모든 앨범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앨범은 몰입을, 어떤 앨범은 좀 더 냉철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행히 이번 앨범은 철저히 전자에 해당했고 그 이유는 후술하겠지만 나는 결국 이런 앨범을 정말 좋아하고 이런 앨범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SARA라는 뛰어난 프로듀서를 일찍 만나게 된 것이 행운이고 음악가와 친분을 쌓지 않는 편이지만 이 음악가와는 오래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욕심까지 들 정도다. 앨범의 소개글을 쓴다는 것은 당연히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무엇보다 나에게 선택지가 있으면서도 한 작품의 얼굴이 되는 추천사이기에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 작품에 나에게 온 건 행운이고 행복이지만 이 앨범에 관한 글을 쓰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다행히 나는 앞서 말했듯 이런 앨범을 좋아한다. 여기서 이런 앨범은 결국 신스나 피아노를 곡의 근간으로 하면서도 여러 소리를 자연스럽게 얹으면서 특정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통해 뚜렷한 분위기는 물론 가사 없이도 좋은 전달을 하는 앨범을 의미한다. 물론 일부 곡에서는 직접 언어가 전달되기도 한다. "Shine a light"에서 등장하는 내레이션이 숭고한 인상을 남기지만 "바람"은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팝 음악의 형태를 빌린다. "Don't leave me alone" 역시 미니멀한 구조로 세련된 알앤비를 선보이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보다 더 존재감 있는 것은 결국 프로듀서 SARA가 만드는 트랙이다. 리듬을 운영하는 방식부터 더하는 악기의 색채까지 이 앨범은 굳이 말하자면 인스트루멘탈 알앤비, 컨템포러리 알앤비에 가까우면서도 재즈와도 가깝다. 특히 앨범 전체적으로 멜로디 악기의 비중이 크면서도 좋은 균형을 지니고 있는데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특정 장르라기보다는 좋은 앨범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여기에 작품은 명료한 공간감은 물론 건반 계열의 악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면 과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SARA의 음악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좀 더 확실하게 곡이 지닌 정서와 감성을 전달하는 가장 큰 존재다. 현실감 있는 이펙트 사운드를 등장시킬 때도 있지만 오히려 이 앨범을 들으며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풍경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각 곡이 지닌 길이가 길지 않아서 어쩌면 더 앨범 단위로 접근할 수 있고 몰입도 있게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이어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여전히 나는 이 음악가에 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일면식도 없는 이의 소개글을 쓰겠다고 한 이유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종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SARA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이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길 바란다. - 블럭 (bluc) [Credits] Produced by SARA Written by 코듀로이 (Track 4) 박진휘 (Track 5) 희원, 서동현 (Track 7) Acoustic Guitar by 고예은 (Track 4,5) Bass by 김대희 (Track 2) Vocal recorded by LambC at String shop (Track 5) Track mixed by SARA Vocal mixed by 등대사운드 배재한 (Track 4,5,7) Mastered by SARA (1,2,3,6,8), 등대사운드 배재한 (Track 4,5,7) Album photo by 가호 Album advised by protonebu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