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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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미학으로 완성된 인간 사회의 장엄한 기록”, 이그니토의 첫 번째 앨범 “Demolish” 장엄한 묵시록적 대서사시 이그니토는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악마적 본성과 욕망을 드러내는 데 탁월한 뮤지션이다. 첫 번째 데뷔작 [Demolish]에서 그는 인간 사회를 잔혹할 정도의 수준으로 묘사해냈다. 얼핏 극도의 염세주의자나 폭력적 취향의 허무주의자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상 그는 매우 이성적이고 철학적인 인물이다. 특별한 설명이나 암시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전개를 통해 구성된 하드보일드 스토리에는 인간성에 대한 깊은 고찰이 가득 담겨있다. 고독과 분노, 광기와 파괴의 역사가 음악으로 재해석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관은 탁월한 언어기술에 의해 완성되고 있다. 문학 이상의 예술적 경지에 올라선 서사성과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작가주의 정신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귀로 듣는 음악의 한계를 초월해 버린다. 빼어난 문장력과 탁월한 연출력, 그리고 극적 서사성이 청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해 마치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의 첫 번째 앨범 [Demolish]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머의 이야기를 환기시키는 장대한 대서사시이며,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를 연상시키는 미장센과 구성력을 지닌 보기 힘든 예술 작품이다. 듣는 내내 숨이 멎는 경험과 예술적 감동을 분비해내는 ‘치명적 아름다움’을 지닌 이그니토의 첫 번째 앨범을 주목해보자. 철학적 주제와 언어 미학의 창출 앨범을 구성하는 열 한 개의 트랙은 일관된 주제 아래 유기적인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먼저 분노와 파괴가 드러난 [Extermination], [Guillotine], [The Vitality]에서는 세밀한 정황 묘사력이 분위기를 어떻게 극적으로 조성하는지를 증명한다. 또 파괴적 이미지 묘사임에도 불구하고, 세심하게 고른 어휘들로 빚은 언어적 건축은 우아한 분위기마저 연출한다. 이것은 단어 선택에 있었을 역력했던 고심의 흔적들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작가적 연출력의 토대 위에서 가능했던 부분이다. 그의 음악은 과격함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다. 표면적으로 분노와 파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고독과 폭력, 그리고 죽음을 통한 미학의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좀 더 해부해보면, 그 심층에 자리 잡은 정서적 요소가 바로 인간의 근본적인 심정일 수밖에 없는 불안과 고독이라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Lost Chronicle]에서는 현 상황의 불안과 고독을, [Life]와 [Dreamin']에서는 인간의 삶 자체에 야기되는 질문에 대한 고뇌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러한 정서가 분노로 전화되는 모습을 다음 트랙인 [Carnival]과 [Rhapsody of the Devil]를 통해 격렬하게 표현하게 된다. 그의 철학과 사상은 위에서 드러난 모든 정서들이 완결되는 곡 [비관론]에서 정수가 드러난다. 알베르트 까뮈가 ‘시지프 신화’에서 밝혔던 것처럼 현실적 삶의 부조리함, 즉 인간을 억압하고 있는 사슬과 굴레의 원인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집대성된 견고하고 명료한 음악 이그니토의 본 환상곡은 근래에 발표되는 앨범들과는 확연히 다른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슬래셔 무비나 하드고어 물 수준으로 적나라하고 거친 장면 묘사가 담긴 트랙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굉장히 어리둥절한 음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음악의 밀도만큼은 그 어떤 앨범들보다도 ‘견고’하다. 조밀하고 흔들림이 없는 라임 구성력이나 문장의 핵심을 청자에게 빠르고 강렬하게 전달하는 명료성이 뛰어남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콘셉트에 대한 앨범 참여자들의 이해의 깊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정상급의 프로듀서 랍티미스트(Loptimist), 마일드 비츠(Mild Beats), 케슬로(Keslo)가 값진 비트를 할애했고, 숨겨진 실력파 프로듀서 대즈뎁스(Dazdepth)도 특색이 있는 비트로 앨범의 일관된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또 무서운 신예 이센스(E-SENS), 본작을 통해 수 년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대구 힙합 듀오 바이러스(Virus), 99년부터 세 장의 온라인 앨범을 발표하며 마니아층을 확보했던 하드코어 랩 그룹 비앤에스(BnS)의 멤버 배니싯뱅(Banishit Bang), 그리고 이그니토의 오랜 음악적 동료들인 바이탈리티(Vitality)의 멤버들까지, 각각의 참여진 모두 완성도 높은 가사로 본 앨범을 더욱 빛내주었다. 그뿐 아니라 슈퍼래핑 프로젝트(Superappin' Project)의 디제이 웨건(DJ Wegun)과 한량사의 스케즈(SKEZ : DJ Skip & The Z)도 턴테이블리스트로 참여하여 멋진 리릭 스크래치를 선사했다. 현실의 자화상을 독특한 세계에 빗대 그려낸 예술가, 이그니토 탄탄한 철학을 근간으로 한 철저한 각본, 극적 서사성이 드러난 뛰어난 연출력, 이를 뒷받침하는 견고한 라임구성 그리고 출연진들의 세심한 조율까지, 이그니토는 무대 위의 뮤지션이기 이전에 예술혼을 불사르는 작가에 가깝다. 그는 청자의 상상력을 일깨우고 인간 본연의 고민을 장엄하게 기록한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에 대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울한 현실의 증표다. 그가 그려낸 격정적인 분노와 극단적인 결말은 우리가 인정하고 싶은 않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자화상이자 인간 내면의 고민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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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o · 1155744000007

“언어 미학으로 완성된 인간 사회의 장엄한 기록”, 이그니토의 첫 번째 앨범 “Demolish” 장엄한 묵시록적 대서사시 이그니토는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악마적 본성과 욕망을 드러내는 데 탁월한 뮤지션이다. 첫 번째 데뷔작 [Demolish]에서 그는 인간 사회를 잔혹할 정도의 수준으로 묘사해냈다. 얼핏 극도의 염세주의자나 폭력적 취향의 허무주의자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상 그는 매우 이성적이고 철학적인 인물이다. 특별한 설명이나 암시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전개를 통해 구성된 하드보일드 스토리에는 인간성에 대한 깊은 고찰이 가득 담겨있다. 고독과 분노, 광기와 파괴의 역사가 음악으로 재해석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관은 탁월한 언어기술에 의해 완성되고 있다. 문학 이상의 예술적 경지에 올라선 서사성과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작가주의 정신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귀로 듣는 음악의 한계를 초월해 버린다. 빼어난 문장력과 탁월한 연출력, 그리고 극적 서사성이 청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해 마치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의 첫 번째 앨범 [Demolish]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머의 이야기를 환기시키는 장대한 대서사시이며,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를 연상시키는 미장센과 구성력을 지닌 보기 힘든 예술 작품이다. 듣는 내내 숨이 멎는 경험과 예술적 감동을 분비해내는 ‘치명적 아름다움’을 지닌 이그니토의 첫 번째 앨범을 주목해보자. 철학적 주제와 언어 미학의 창출 앨범을 구성하는 열 한 개의 트랙은 일관된 주제 아래 유기적인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먼저 분노와 파괴가 드러난 [Extermination], [Guillotine], [The Vitality]에서는 세밀한 정황 묘사력이 분위기를 어떻게 극적으로 조성하는지를 증명한다. 또 파괴적 이미지 묘사임에도 불구하고, 세심하게 고른 어휘들로 빚은 언어적 건축은 우아한 분위기마저 연출한다. 이것은 단어 선택에 있었을 역력했던 고심의 흔적들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작가적 연출력의 토대 위에서 가능했던 부분이다. 그의 음악은 과격함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다. 표면적으로 분노와 파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고독과 폭력, 그리고 죽음을 통한 미학의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좀 더 해부해보면, 그 심층에 자리 잡은 정서적 요소가 바로 인간의 근본적인 심정일 수밖에 없는 불안과 고독이라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Lost Chronicle]에서는 현 상황의 불안과 고독을, [Life]와 [Dreamin']에서는 인간의 삶 자체에 야기되는 질문에 대한 고뇌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러한 정서가 분노로 전화되는 모습을 다음 트랙인 [Carnival]과 [Rhapsody of the Devil]를 통해 격렬하게 표현하게 된다. 그의 철학과 사상은 위에서 드러난 모든 정서들이 완결되는 곡 [비관론]에서 정수가 드러난다. 알베르트 까뮈가 ‘시지프 신화’에서 밝혔던 것처럼 현실적 삶의 부조리함, 즉 인간을 억압하고 있는 사슬과 굴레의 원인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집대성된 견고하고 명료한 음악 이그니토의 본 환상곡은 근래에 발표되는 앨범들과는 확연히 다른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슬래셔 무비나 하드고어 물 수준으로 적나라하고 거친 장면 묘사가 담긴 트랙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굉장히 어리둥절한 음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음악의 밀도만큼은 그 어떤 앨범들보다도 ‘견고’하다. 조밀하고 흔들림이 없는 라임 구성력이나 문장의 핵심을 청자에게 빠르고 강렬하게 전달하는 명료성이 뛰어남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콘셉트에 대한 앨범 참여자들의 이해의 깊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정상급의 프로듀서 랍티미스트(Loptimist), 마일드 비츠(Mild Beats), 케슬로(Keslo)가 값진 비트를 할애했고, 숨겨진 실력파 프로듀서 대즈뎁스(Dazdepth)도 특색이 있는 비트로 앨범의 일관된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또 무서운 신예 이센스(E-SENS), 본작을 통해 수 년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대구 힙합 듀오 바이러스(Virus), 99년부터 세 장의 온라인 앨범을 발표하며 마니아층을 확보했던 하드코어 랩 그룹 비앤에스(BnS)의 멤버 배니싯뱅(Banishit Bang), 그리고 이그니토의 오랜 음악적 동료들인 바이탈리티(Vitality)의 멤버들까지, 각각의 참여진 모두 완성도 높은 가사로 본 앨범을 더욱 빛내주었다. 그뿐 아니라 슈퍼래핑 프로젝트(Superappin' Project)의 디제이 웨건(DJ Wegun)과 한량사의 스케즈(SKEZ : DJ Skip & The Z)도 턴테이블리스트로 참여하여 멋진 리릭 스크래치를 선사했다. 현실의 자화상을 독특한 세계에 빗대 그려낸 예술가, 이그니토 탄탄한 철학을 근간으로 한 철저한 각본, 극적 서사성이 드러난 뛰어난 연출력, 이를 뒷받침하는 견고한 라임구성 그리고 출연진들의 세심한 조율까지, 이그니토는 무대 위의 뮤지션이기 이전에 예술혼을 불사르는 작가에 가깝다. 그는 청자의 상상력을 일깨우고 인간 본연의 고민을 장엄하게 기록한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에 대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울한 현실의 증표다. 그가 그려낸 격정적인 분노와 극단적인 결말은 우리가 인정하고 싶은 않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자화상이자 인간 내면의 고민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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