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roaching Midnight

Approaching Midnight

국가대표 디제이 Schedule 1(스케줄 원)의 두번째 정규 앨범 [Approaching Midnight] 최근의 일렉트로닉 음악 트렌드, 일명 'EDM'의 현상적 인기 요인은 이것을 '틀어주는' 디제이와 '작곡하는' 프로듀서가 한 몸이라는 데에 있다. 클럽의 음악 감독인 디제이가 예술적 동경의 대상이 되면서 클럽과 디제잉 페스티벌이 전통적 의미의 '공연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제 디제이들에게 프로듀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한 때는 순수하게 디제잉만 고집하던 사람들도 이젠 서서히 프로듀싱으로 방향을 옮기는 상황이다. 그래선지 최근엔 묘한 세대차이가 생기고 있다. 프로듀싱을 잘해 '히트곡'으로 유명 디제이가 된 이들이 정작 씨디제이 앞에선 초급적인 플레이밖에 못 보여줘 매니아와 실력파들 사이에서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슈퍼스타 제드(Zedd)도 스크릴렉스(Skrillex)와 미국 투어를 돌기 시작할 즈음 디제잉을 배웠다고 한다. 요즘은 디제잉과 프로듀싱 양쪽을 모두 잘하는 이들을 찾기 힘들다. 한쪽이 강하면 한쪽은 약한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언제나 한계의 벽을 돌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외에선 레이드백 루크(Laidback Luke), 에이-트랙(A-Trak) 등을 들 수 있고, 한국에선 스케줄 원(Schedule 1)이 손꼽힌다. 그는 스크래치, 저글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턴테이블리스트이자 3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비트포트 차트에도 이름을 올린 다작의 히트 프로듀서다. 그가 주변 디제이들에게 진심의 존경을 받는 이유도 그의 실력과 노하우를 따라올 이가 한국에 드물기 때문이다. [Approaching Midnight]은 스케줄 원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2007년 [Fight 4 Right]는 프로젝트 성격의 EP 앨범이었다.) 지난 앨범이 힙합 디제이로써의 스케줄 원을 대표한다면 이번 신작은 일렉트로닉으로 방향을 전환한 뒤에 나온 변신의 결과물이다. 래퍼들의 피처링이 가득했던 전작들과 달리 인스트루멘탈의 비중이 늘고 곡 길이도 길어졌다. 장르적으로도 예전엔 브레이크 비트가 우세했다면 이번엔 포-투-더-플로어(Four-To-The-Floor)를 기반으로 하는 하우스 중심이다. 스케줄 원이 힙합에서 일렉트로닉으로 전향했다는 것은 클럽 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상식이지만, 이게 정규 앨범의 형태로 선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Approaching Midnight]은 베스트 앨범의 성격도 갖고 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Follow Me'와 'Drop The Bass'뿐만 아니라 'Baile', 'Get Messy', 'Say Oh' 같은 1집 이후 히트곡들을 빠짐없이 수록하고 있다. 스케줄 원의 최근 음악 세계를 알고 싶다면 이 앨범을 들으면 된다. 그의 '일렉트로닉' 히트 싱글들을 소장하고픈 사람이라도 이 앨범 한 장으로 부족함이 없다. 스케줄 원의 주 장르는 일렉트로 하우스(Electro House)다. 노이즈에 가까운 하드한 전자음 베이스를 자주 쓰는 이 장르는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클러버들이 가장 즐겨 듣는 음악으로 자리했다. 스케줄 원은 이 흐름을 재빨리 받아들여 고된 연습과 재능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일렉트로 하우스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했다. 초기엔 단순한 하우스 형태를 띠다가 이후로는 점점 멜로디와 구성이 드라마틱해지며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비중을 높여갔다. 나중엔 비트포트의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차트와 일렉트로 하우스 차트의 순위권 곡들이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가 됐다. 스케줄 원의 음악도 그처럼 변해 다양한 장르와 편곡을 넘나든다. 2011년 발표된 'Get Up Get Down'은 당시 신(新) 조류였던 일렉트로 하우스를 한국에서 시도한 몇 안 되는 사례였으며, 1년 뒤 발표된 'Rock The Boat'는 일렉트로 하우스의 한 갈래로 뻗어나간 더치 하우스(Dutch House)를 시도했다. 최근엔 어느 클럽을 가나 빅 룸(Big Room) 계열이 우세하다. 이런 흐름을 반영한 'We Make This World Go', 'Turn it up'은 거대한 스케일과 드라마틱한 빌드 업을 능숙하게 구현한 페스티벌 뱅어다. 이번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인 'Follow Me', 'Drop The Bass'는 스케줄 원의 완전히 다른 2개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Follow Me'가 라디오 히트를 노리고 래퍼와 협업한 대중적 싱글이라면 Drop The Bass'는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에 심취한 비트포트용 싱글이다. 스케줄 원은 가요계 활동과 방송 출연이 잦은 대중적인 디제이면서 클럽을 주 무대로 일렉트로 하우스를 트는 언더그라운드 스타이기도 하다. 그는 양쪽 모두를 놓치기 싫어 두 곡 모두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이것으로 그의 다양성이 모두 표현되지도 않는다. 'Feel It'은 감성적인 스트링 사운드를 쓰는 고전 프로그레시브이고, 'Back Hug'는 힙합에 몸담았던 과거가 드러나는 곡이다. ‘Baile’에선 레게가 감지된다. 그는 에릭 프리즈(Eric Prydz)도, 아프로잭(Afrojack)도,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도 될 수 있는 디제이다. 이런 장르적 다양함은 [Approaching Midnight]의 가장 큰 자랑이다. 리믹스 중에도 쉽게 지나치지 말아야 할 곡이 있다. 비트포트 하우스 차트에서 21위까지 올랐던 'Baile'의 앱솔루트 그루버스(Absolut Groovers) 버전이 그것이다. 이젠 한국에서도 비트포트에 음원을 유통시키는 일이 흔해졌지만 정작 차트에 오르는 곡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비록 스케줄 원이 직접 리믹스한 버전은 아니지만 한국의 디제이가 만든 곡이 비트포트 차트의 상위권에 올랐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음반에 새겨진 '엔트랩(Entrap)’은 최근 스케줄원이 설립한 레이블 이름이다. 이젠 한국에도 디제이들이 오너인 독립 레이블들이 꽤 많아졌다. 이 씬이 뮤지션 개인의 각개전투를 넘어 레이블 단위의 인디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싱글도 아닌 정규 앨범 단위로 발표되는 한국 대표 디제이의 신보인만큼, [Approaching Midnight]은 현재 로컬 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작은 계기도 될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

Approaching Mi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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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디제이 Schedule 1(스케줄 원)의 두번째 정규 앨범 [Approaching Midnight] 최근의 일렉트로닉 음악 트렌드, 일명 'EDM'의 현상적 인기 요인은 이것을 '틀어주는' 디제이와 '작곡하는' 프로듀서가 한 몸이라는 데에 있다. 클럽의 음악 감독인 디제이가 예술적 동경의 대상이 되면서 클럽과 디제잉 페스티벌이 전통적 의미의 '공연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제 디제이들에게 프로듀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한 때는 순수하게 디제잉만 고집하던 사람들도 이젠 서서히 프로듀싱으로 방향을 옮기는 상황이다. 그래선지 최근엔 묘한 세대차이가 생기고 있다. 프로듀싱을 잘해 '히트곡'으로 유명 디제이가 된 이들이 정작 씨디제이 앞에선 초급적인 플레이밖에 못 보여줘 매니아와 실력파들 사이에서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슈퍼스타 제드(Zedd)도 스크릴렉스(Skrillex)와 미국 투어를 돌기 시작할 즈음 디제잉을 배웠다고 한다. 요즘은 디제잉과 프로듀싱 양쪽을 모두 잘하는 이들을 찾기 힘들다. 한쪽이 강하면 한쪽은 약한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언제나 한계의 벽을 돌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외에선 레이드백 루크(Laidback Luke), 에이-트랙(A-Trak) 등을 들 수 있고, 한국에선 스케줄 원(Schedule 1)이 손꼽힌다. 그는 스크래치, 저글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턴테이블리스트이자 3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비트포트 차트에도 이름을 올린 다작의 히트 프로듀서다. 그가 주변 디제이들에게 진심의 존경을 받는 이유도 그의 실력과 노하우를 따라올 이가 한국에 드물기 때문이다. [Approaching Midnight]은 스케줄 원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2007년 [Fight 4 Right]는 프로젝트 성격의 EP 앨범이었다.) 지난 앨범이 힙합 디제이로써의 스케줄 원을 대표한다면 이번 신작은 일렉트로닉으로 방향을 전환한 뒤에 나온 변신의 결과물이다. 래퍼들의 피처링이 가득했던 전작들과 달리 인스트루멘탈의 비중이 늘고 곡 길이도 길어졌다. 장르적으로도 예전엔 브레이크 비트가 우세했다면 이번엔 포-투-더-플로어(Four-To-The-Floor)를 기반으로 하는 하우스 중심이다. 스케줄 원이 힙합에서 일렉트로닉으로 전향했다는 것은 클럽 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상식이지만, 이게 정규 앨범의 형태로 선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Approaching Midnight]은 베스트 앨범의 성격도 갖고 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Follow Me'와 'Drop The Bass'뿐만 아니라 'Baile', 'Get Messy', 'Say Oh' 같은 1집 이후 히트곡들을 빠짐없이 수록하고 있다. 스케줄 원의 최근 음악 세계를 알고 싶다면 이 앨범을 들으면 된다. 그의 '일렉트로닉' 히트 싱글들을 소장하고픈 사람이라도 이 앨범 한 장으로 부족함이 없다. 스케줄 원의 주 장르는 일렉트로 하우스(Electro House)다. 노이즈에 가까운 하드한 전자음 베이스를 자주 쓰는 이 장르는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클러버들이 가장 즐겨 듣는 음악으로 자리했다. 스케줄 원은 이 흐름을 재빨리 받아들여 고된 연습과 재능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일렉트로 하우스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했다. 초기엔 단순한 하우스 형태를 띠다가 이후로는 점점 멜로디와 구성이 드라마틱해지며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비중을 높여갔다. 나중엔 비트포트의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차트와 일렉트로 하우스 차트의 순위권 곡들이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가 됐다. 스케줄 원의 음악도 그처럼 변해 다양한 장르와 편곡을 넘나든다. 2011년 발표된 'Get Up Get Down'은 당시 신(新) 조류였던 일렉트로 하우스를 한국에서 시도한 몇 안 되는 사례였으며, 1년 뒤 발표된 'Rock The Boat'는 일렉트로 하우스의 한 갈래로 뻗어나간 더치 하우스(Dutch House)를 시도했다. 최근엔 어느 클럽을 가나 빅 룸(Big Room) 계열이 우세하다. 이런 흐름을 반영한 'We Make This World Go', 'Turn it up'은 거대한 스케일과 드라마틱한 빌드 업을 능숙하게 구현한 페스티벌 뱅어다. 이번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인 'Follow Me', 'Drop The Bass'는 스케줄 원의 완전히 다른 2개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Follow Me'가 라디오 히트를 노리고 래퍼와 협업한 대중적 싱글이라면 Drop The Bass'는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에 심취한 비트포트용 싱글이다. 스케줄 원은 가요계 활동과 방송 출연이 잦은 대중적인 디제이면서 클럽을 주 무대로 일렉트로 하우스를 트는 언더그라운드 스타이기도 하다. 그는 양쪽 모두를 놓치기 싫어 두 곡 모두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이것으로 그의 다양성이 모두 표현되지도 않는다. 'Feel It'은 감성적인 스트링 사운드를 쓰는 고전 프로그레시브이고, 'Back Hug'는 힙합에 몸담았던 과거가 드러나는 곡이다. ‘Baile’에선 레게가 감지된다. 그는 에릭 프리즈(Eric Prydz)도, 아프로잭(Afrojack)도,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도 될 수 있는 디제이다. 이런 장르적 다양함은 [Approaching Midnight]의 가장 큰 자랑이다. 리믹스 중에도 쉽게 지나치지 말아야 할 곡이 있다. 비트포트 하우스 차트에서 21위까지 올랐던 'Baile'의 앱솔루트 그루버스(Absolut Groovers) 버전이 그것이다. 이젠 한국에서도 비트포트에 음원을 유통시키는 일이 흔해졌지만 정작 차트에 오르는 곡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비록 스케줄 원이 직접 리믹스한 버전은 아니지만 한국의 디제이가 만든 곡이 비트포트 차트의 상위권에 올랐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음반에 새겨진 '엔트랩(Entrap)’은 최근 스케줄원이 설립한 레이블 이름이다. 이젠 한국에도 디제이들이 오너인 독립 레이블들이 꽤 많아졌다. 이 씬이 뮤지션 개인의 각개전투를 넘어 레이블 단위의 인디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싱글도 아닌 정규 앨범 단위로 발표되는 한국 대표 디제이의 신보인만큼, [Approaching Midnight]은 현재 로컬 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작은 계기도 될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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