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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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한 싱어송라이터의 ‘탈피(脫皮)’ 파제의 음악에는 이전에도 계절의 심상(Image)이 자주 등장했다. 작년 발표한 디지털 싱글 [제주의 봄]에서 아늑한 봄의 정취를 찬미하기도 했고, 올해 초 발표한 디지털 싱글 [겨울이 왔네요]는 찬 바람에 느껴지는 쓸쓸함에 대한 스케치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에게 계절의 변화는 어떤 의미일까. 사계절 변화에 따른 마음의 심상을 그린 이번 신작 [춘하추동]이 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계절의 변화는 태양의 위치에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행성의 영향 아래에 존재한다. 풍경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해가고, 나의 마음 또한 사실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사계절이 존재한다는 건 일면 다채롭고 아름다운 일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하고 견뎌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앨범에서 겨울의 화자는 “고이 간직한 내 마음을 이제 눈 속에 묻으렵니다”([입동])라며 단념한다. 그러나 그는 봄이 되어서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봄이 아직 오질 않네, 겨울이 끈을 놓지를 않네, 미련이 남아있는지”([입춘]), 이내 여름의 열기에 취하다가도 “이 찬란한 햇빛이 우릴 향해 비춰준다 착각해도 될 것 같아 이 여름날엔”([입하]), 자신의 마음이 보잘것없음에 한탄한다. "찬 바람 불어오고 나의 정인은 나의 곁에 있지만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존재하는 고독“([입추]) 그리고 다시 겨울. 이 잔인한 계절의 사이클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 음반을 채우는 정서는 주로 ‘체념’이다. 파제에게 계절을 노래한다는 건 하릴없는 마음을 안타까워하며 체념하는 과정인 것 같다. ‘체념’이란 희망을 꺾는 아픔을 동반하지만, 정도를 깨우치고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실제로 파제는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일종의 수행을 하듯 계절을 주제로 한 곡을 공개해왔으며, 그 결과물인 본 음반의 수록곡들은 그동안 많은 수정을 거쳤다. 이에 밴드 ‘참깨와 솜사탕’의 ‘유지수’, ‘회기동 단편선’, ‘Room306’의 ‘홍효진’ 등 유수한 보컬리스트들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싱어송라이터 버둥과 함께한 최근작 ‘파제x버둥’의 [부탁]에 이은 이러한 적극적인 협업은 그의 태도가 그저 세계를 응시하고 관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뮤지션 파제로서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만큼 이 음반은 다양한 보컬과의 조화가 인상적인 음반인데, 이러한 시너지는 그동안 그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장르에 대한 정진과 정서를 응시해 온 집요함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음반을 처음 듣고 그의 창작이 이제 어떤 ‘탈피(脫皮)’의 지점을 맞이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음반의 아름다움은 그 지점에 있다. 반복되는 계절의 사이클처럼 그의 작업 또한 계속될 것이고, 이 음반은 그가 그의 한 시절을 담아 뼈아프게 벗어놓은 허물이다. 이 꾸준한 싱어송라이터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 자체로 보기 좋은 기획물. Credit -01. 입춘 Compose : 박준성 Lyrics : 박준성 Arranged : 박준성, 박준형 Vocal : 박준성 Classic Guitar : 박준성 -02. 입하 Compose : 박준성 Lyrics : 박준성 Arranged : 박준성, 박준형 Vocal : 유지수 Classic Guitar : 박준성 Organ : 조우재 Orchestration : 박준형 -03. 입추 Compose : 박준성 Lyrics : 박준성 Arranged : 박준성, 박준형 Vocal : 단편선 Classic Guitar : 박준성 Kanun : 박준성 Double bass : 고종성 -04. 입동 Compose : 박준성 Lyrics : 박준성 Arranged : 박준성, 박준형 Vocal : 홍효진 Classic Guitar : 박준성 Double bass : 고종성 Violin : 장수현 Recorded by : 박준형 (@Studio In a dream), 이기호 (@Booming sound), 훈조 (@Bbanggu Recording Studio) Mixed by : 박준형 (@Studio In a dream) Mastered by : 강승희 (@Sonic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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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한 싱어송라이터의 ‘탈피(脫皮)’ 파제의 음악에는 이전에도 계절의 심상(Image)이 자주 등장했다. 작년 발표한 디지털 싱글 [제주의 봄]에서 아늑한 봄의 정취를 찬미하기도 했고, 올해 초 발표한 디지털 싱글 [겨울이 왔네요]는 찬 바람에 느껴지는 쓸쓸함에 대한 스케치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에게 계절의 변화는 어떤 의미일까. 사계절 변화에 따른 마음의 심상을 그린 이번 신작 [춘하추동]이 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계절의 변화는 태양의 위치에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행성의 영향 아래에 존재한다. 풍경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해가고, 나의 마음 또한 사실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사계절이 존재한다는 건 일면 다채롭고 아름다운 일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하고 견뎌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앨범에서 겨울의 화자는 “고이 간직한 내 마음을 이제 눈 속에 묻으렵니다”([입동])라며 단념한다. 그러나 그는 봄이 되어서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봄이 아직 오질 않네, 겨울이 끈을 놓지를 않네, 미련이 남아있는지”([입춘]), 이내 여름의 열기에 취하다가도 “이 찬란한 햇빛이 우릴 향해 비춰준다 착각해도 될 것 같아 이 여름날엔”([입하]), 자신의 마음이 보잘것없음에 한탄한다. "찬 바람 불어오고 나의 정인은 나의 곁에 있지만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존재하는 고독“([입추]) 그리고 다시 겨울. 이 잔인한 계절의 사이클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 음반을 채우는 정서는 주로 ‘체념’이다. 파제에게 계절을 노래한다는 건 하릴없는 마음을 안타까워하며 체념하는 과정인 것 같다. ‘체념’이란 희망을 꺾는 아픔을 동반하지만, 정도를 깨우치고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실제로 파제는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일종의 수행을 하듯 계절을 주제로 한 곡을 공개해왔으며, 그 결과물인 본 음반의 수록곡들은 그동안 많은 수정을 거쳤다. 이에 밴드 ‘참깨와 솜사탕’의 ‘유지수’, ‘회기동 단편선’, ‘Room306’의 ‘홍효진’ 등 유수한 보컬리스트들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싱어송라이터 버둥과 함께한 최근작 ‘파제x버둥’의 [부탁]에 이은 이러한 적극적인 협업은 그의 태도가 그저 세계를 응시하고 관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뮤지션 파제로서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만큼 이 음반은 다양한 보컬과의 조화가 인상적인 음반인데, 이러한 시너지는 그동안 그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장르에 대한 정진과 정서를 응시해 온 집요함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음반을 처음 듣고 그의 창작이 이제 어떤 ‘탈피(脫皮)’의 지점을 맞이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음반의 아름다움은 그 지점에 있다. 반복되는 계절의 사이클처럼 그의 작업 또한 계속될 것이고, 이 음반은 그가 그의 한 시절을 담아 뼈아프게 벗어놓은 허물이다. 이 꾸준한 싱어송라이터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 자체로 보기 좋은 기획물. Credit -01. 입춘 Compose : 박준성 Lyrics : 박준성 Arranged : 박준성, 박준형 Vocal : 박준성 Classic Guitar : 박준성 -02. 입하 Compose : 박준성 Lyrics : 박준성 Arranged : 박준성, 박준형 Vocal : 유지수 Classic Guitar : 박준성 Organ : 조우재 Orchestration : 박준형 -03. 입추 Compose : 박준성 Lyrics : 박준성 Arranged : 박준성, 박준형 Vocal : 단편선 Classic Guitar : 박준성 Kanun : 박준성 Double bass : 고종성 -04. 입동 Compose : 박준성 Lyrics : 박준성 Arranged : 박준성, 박준형 Vocal : 홍효진 Classic Guitar : 박준성 Double bass : 고종성 Violin : 장수현 Recorded by : 박준형 (@Studio In a dream), 이기호 (@Booming sound), 훈조 (@Bbanggu Recording Studio) Mixed by : 박준형 (@Studio In a dream) Mastered by : 강승희 (@Sonic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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