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영 [붉은가족 OST] 전세계가 인정한 거장 김기덕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은 영화 [붉은가족]은 제26회 도쿄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작품이다. 영화에서는 행복하게 위장한 겉모습과 달리, 위험한 비밀 활동으로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고정간첩 가족 ‘진달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간첩 가족은 돈 타령이나 하며 서로 싸우기 바쁜 옆집 가족을 적대시하지만, 점차 끈끈한 정이 있는 그들의 소란스러운 삶을 동경하게 된다. 반면 옆집에 사는 남한 가족은 화목하고 단란해 보이는 간첩 가족을 동경한다. 이처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대변하는 이 극단적인 두 가족의 대립과 소통 과정은 비정한 우리 분단 현실을 가슴 아프게 전한다. OST에서는 전체적으로 피아노와 신디사이저의 창의적인 사운드 메이킹을 통해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와 가족의 따뜻한 정서를 표현했다. 타이틀곡 ‘Circle’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공동체에서 살아가기 위해 겪는 정체성의 갈등과 벗어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굴레에 갇혀진 그들의 운명을 표현했고, 조장동지의 고독을 드러내는 ‘Her loneliness’에서는 침잠하는 피아노와 상응하는 신디사이저의 전자효과음 최소한의 구성만으로 사운드를 엮었다. 할아버지의 아리랑 노래를 받아 변주하는 ‘Arirang for Grandfather’ 겉으로는 부부이고 감정이 싹트지만 표현할 수 없는 두 남녀 주인공을 위로하는 ‘Arirang for Two’ 두 곡의 아리랑 또한 주목할만한 트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