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고 아름답게, 깔끔한 알앤비 음악으로 풀어내는 보통의 서사 구원찬 [반복] "그는 359번째 별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있다.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성화’라는 꽃의 이야기. 그 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 끝으로 만지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지금껏 수많은 별들을 여행했다. 꽃은 이번 행성에서도 없었다. 떠나기 전, 그는 매번 그래왔듯 폭죽을 꺼내 든다. 그나마 꽃과 비슷한 무언가를 본다는 게 잠시나마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시 상기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폭죽에는 불이 붙는다. 화려하게 그리고 허무하게 불꽃은 터져갔다 또 다른 별을 향해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다 이제는 그저 습관처럼 반복해오고 있는 것 일수도. 지금의 그에게 꽃은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 그의 일기장 속, 여전히 꽃은 가득하다 그렇게 그는 다시 착륙하고 있다." 구원찬이라는 음악가는 사실 완전한 신인은 아니다. 최근 한국 힙합시장 내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는 듀오, XXX를 아는 사람이라면 구원찬이 어떤 사람인지 빠르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돕멘션(Dopemansion)이라는 그룹이 [Young Adult’s Way]라는 정규앨범을 발표했을 때 당시 구성원은 지금의 XXX멤버인 두 사람 프랭크(FRNK), 김심야 두 사람 외에도 반쿠디(Vankudi)라는 보컬이 있었다. 돕멘션은 당시 앨범 외에도 “Smoke Seoul”이라는 곡을 발표했고, 이후XXX는 별도로 활동을 시작했다. 남은 반쿠디는 2015년 앤덥의 앨범 [Let’s Talk About]에 피쳐링으로 참여하기도 했지만,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2017년, 이제 자신의 본명인 구원찬이라는 이름으로 새 활동을 시작하려고 한다. 함께했던XXX에 비해 구원찬이 대중의 조명을 받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돕멘션이라는 앨범을 발표했을 때도 그는 좋은 보컬로 인식되기는 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별도의 활동이나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곡을 쓰고 자신의 음악을 다듬어왔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서야 비로소 그의 목소리를, 그의 음악을 온전히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정식으로 소개하자면, 구원찬이라는 음악가는 긴 시간 스스로를 다듬어온 음악가다. 누구나 다 그런 시기가 있으며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야 같지만, 구원찬은 조금 더 멀리 바라보는 계획과 많은 작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적어도 잠깐 등장하고 사라질 채비를 하는 음악가는 아니라는 소리다. 그는 긴 시간 음악을 만들며 여러 편의 작품을 기획하였으며,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보나 음악 전반에 있어서 필요한 프로덕션까지 갖춰나갈 줄 알았다. 그래서 포토그래퍼, 아트디렉터, 작곡가 등 여러 스탭과 함께 팀을 꾸렸고, 여기에는 이번 앨범을 함께 만든 험버트(Humbert)를 비롯해 여러 포지션이 담겨있다. 험버트는 지금까지 슬릭, 진돗개, 제리케이, 허클베리피, 화나, 홍대광, B1A4등 여러 음악가와 호흡을 맞춰온, 그리고 [감정노동], [점] 등 작품 전체를 모두 도맡아 작업한 경력이 있는 프로듀서다. 구원찬은 험버트와 호흡을 맞추며 지금껏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강점을 선보인다. 그러나 결코 조바심을 가지거나 의욕에 앞서 과잉의 모습을 띠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그의 음악에는 요즘의 알앤비 음악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여유와 깊이가 있다. 우선 구원찬의 가장 큰 장점은 보컬 그 자체다. 한국에서 알앤비 음악을 하는 이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많아지지만, 작품의 무드를 살리는 동시에 장르의 문법에 충실한 보컬은 찾기 어렵다. 특히 얼터너티브 알앤비 음악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시간이 갈 수록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가운데 구원찬의 보컬은 알앤비라는 장르가 지니는 미덕에 충실하기 때문에 굉장히 반갑다. 여기에 그러한 음색과 창법을 잘 살리는 무겁지 않은 프로덕션까지, 앨범은 그것만으로도 높은 경쟁력과 장점을 획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어렵지 않게 풀어내면서도 단조롭거나 고루하지 않은 보컬라인,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음악가의 감성이나 섬세함이 드러나는 가사 속 언어까지 구원찬이라는 음악가가 가진 매력은 뚜렷하며, 또한 현재 음악시장에서 찾기 힘들기도 하다. [반복]은 그러한 알앤비 음악의 미덕을 담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시간부터 멀어지는 과정, 다시 누군가를 만나는 반복을 담고 있다. 첫 번째 트랙인 “동화”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동화되어 닮아가는 과정, 누군가를 만나는 단계를 그리고 있으며 “Sweether”에서는 쓸 수 있는 모든 표현을 동원하여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나 “감정관리”에서는 한 사람을 잊는 과정이 등장하며 앨범의 마지막 트랙 “행성”에서는 또 다른 행성에 적응하며 정착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낸다. 이렇게 적응에서 동화로 넘어가며 다시 사랑은 반복된다. 그 안에 담긴 단어들도 인상적이다. 특히 “동화”와 “행성”의 가사는 한 편의 시로써도 유효하다. 단편적이고 의미없는 가사가 난무하는 가운데 구원찬의 음악은 곳곳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흔적이 느껴진다. 한국 알앤비 음악시장에는 뛰어난 남성 음악가가 있었다. 과거 아지아틱스(The Aziatix)의 멤버였던 에디(Eddie)가있었고, 그전에는 라디(Ra.D)가, 이후에는 정기고가 있었다. 매력적이면서도 편안한 보컬은 오히려 유행이나 흐름과 상관없이 큰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렇기에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구원찬은 단순히, 단기적으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활동이나 작품에 임하지 않는다. 이번 앨범 [반복]을 시작으로 [확인], [빛]과 같은 작품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 또한 최근 기리보이(Giriboy)의 크루 우주비행(Wybh)에 합류하여 멋진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피셔맨(Fisherman)과의 프로젝트 앨범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활동을 할 그에게, 그 가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더욱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Credits- 구원찬(Ku One Chan) EP 반복 Written by Ku One Chan Produced by Humbert, Ku One Chan Guitar by Kim Seung Hyun Recorded by Ku One Chan,Dawson,Kim Seung Hyun Mixed by Humbert Mastering by 권남우 at 821 Sound Mastering Album Advisor Dawson Artwork Direction: permanentvacation, Ku One Chan Photo by In A Kim Video by permanentva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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