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우연히 들른 재즈클럽에서의 시간이 20대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오랜 기억들을 꺼내어 늘어놓곤 하나씩 회상하니 유독 가슴 뜨거운 순간이 있었다. 다닥다닥 붙어 연주하던 좁은 무대 그리고 나를 향해 내밀던 손을 바로잡아줄 수 있던 그 거리… 가장 뜨겁게 노래하고 가장 빠르게 호흡했던 시간들이었다. 망설이지 않았다. 바로 결심을 하고 움직였다. 밴드 멤버들과 모여 연습을 하고 스태프들과 회의를 하면서 '맞아. 이거였지. 라이브 공연이란 게…'라며 계속 남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들도 다시금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30년을 훌쩍 넘어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렇게 오랜 기간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관객과 같이 호흡을 하지 못했던 적은 없었다.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지나듯 답답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원래의 있을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리는 작은 자축 파티 같은 느낌의 공연이었다. 많은 관객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한 명 한 명 관객의 숫자를 직접 세어볼 수 있었고, 눈을 맞출 수 있었다. 대형 공연장에서의 화려함과 스케일을 걷어낸 담백한 언플러그드 편곡으로 준비해 사이사이에 관객에게 감상의 여유와 긴 호흡을 주어 피드백을 충분히 느끼고 싶었다.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어 읽어나가듯 그 순간들의 마음과 기억을 떠올리며 차곡차곡 쌓아놓았던 것들을 정리해 얼마 남지 않은 40주년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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