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함과 담백함으로 삶을 관조하는 한 뮤지션의 자화상 같은 이야기 `Portrait EP` 프로듀서로서 또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많은 앨범을 발표해왔던 제이독의 신보 `Portrait EP`는 앨범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베테랑 음악인이자 한 명의 남자로서 또한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그간 겪어왔고 느껴온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풀어놓는 작품이다. 담백함과 심플함을 모토로 진행된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바이브는 현재 메인스트림 힙합의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는 트랩뮤직 스타일과 같은 최근 흐름과는 궤를 달리하며 나긋나긋하고 여유로운 그루브를 자랑하는 사운드와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는 가사 등 은근함과 세련됨을 매력으로 어필하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chill out 장르로 구분해도 좋을 만큼 여유로운 그루브를 선보이는 곡 `Chloe`은 흑인음악밴드 Kuma Park의 리더이자 섹소포니스트인 Lazy Kuma가 세션으로 참여하여 고급스러운 선율을 자랑하는 곡이다. 한 중년가장과 이제 갓 대학을 입학한 새내기 여대생, 래퍼의 꿈을 품은 이십대 중반 청년의 이야기들을 3인칭 관점에서 관찰하듯 이야기하는 곡 `Bravo`는 다소 독특한 소재를 어둡지 않고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애환을 그려냈다. 자전적 스토리이자 자신의 십여 년간의 음악생활을 한 곡에 녹여가며 담담하게 얘기하는 곡 `이제야 털어놓는 얘기`는 순탄치만은 않았던 자신의 긴 커리어에 대한 소회와 감상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연대순으로 나열해가며 기록하는 듯한 작가주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수많은 이슈를 낳고 있는 힙합 오디션 방송들에 대한 회의감과 고민을 다소 격양된 어조로 발언하는 곡 `Amen`은 Amen이란 단어의 동의하다, 찬성하다 라는 사전적 뜻을 빌어 반어법으로 표현하며 납득하기 힘든 현재의 왜곡된 기형적 시스템에 순응하는 뮤지션들에 대한 아쉬움과 바꾸기 힘든 상황에 대한 무력함을 토로하는 곡이다. 러닝타임 내내 과하거나 억지스러운 감정연출이나 최근 주류 힙합가사의 클리셰적인 표현방식을 최대한 배제하며 자신만의 화법으로 일관하는 이번 신보는 자극적인 사운드에 지친 청자들에게 좀 더 편안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의 앨범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