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d, 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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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이기도 곡의 무드이기도, 너의 것이기도 나의 것이기도 한 쉼이 한 장의 앨범에 모였다. 그를 불러 모은 건 여유로우면서도 아쉬운, 행복하면서도 쓸쓸한 일요일 늦은 오후의 꼬리 긴 햇살 같았던 프롬의 지난 날들이다.” 프롬 [무드 선데이] 종종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가 쉬는 방법을 잊은 건 아닐까 의심한다. 취미가 나쁜 작가나 감독이 만든 다크 판타지 속 태엽 인형처럼, 누구도 좀처럼 쉬려고 들지 않는 요즘이다. 그렇게 오래 짓눌린 공기가 나지막이 귓가에 속삭인다. ‘쉬는 건 뒤처지는 거야'. 숨차게 달려온 길 위에 잠시 걸음을 멈춘 순간, 누군지도 모르는 나의 라이벌은 이미 뒤통수도 보이지 않을 만큼 저 먼 곳까지 나를 앞서가 버렸다고 한다. 공기가 전한 말에 의하면 뒤처짐은 또한 도태를 뜻한다. 어느새 만개한 계절에 꼭 맞게 핀 꽃과 잎을 즐기는 사이 세상의 중심은 나에게서 서서히 멀어져 간다. 연유를 따져 물을 새도 없이 사람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동네 아이들처럼 바쁘게 사라진다. 그들이 부리나케 도착한 곳이 천국일지 지옥일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남은 건, 그들이 두고 간 쉼 더미뿐이다. 프롬이 7년 만에 내놓는 세 번째 정규 앨범 [무드 선데이]를 듣다가 문득 그런 풍경을 떠올렸다. 바쁘게 떠난 사람들이 잊고 간 커다란 쉼 더미. 너무 오래 방치되어 희미해졌지만, 그 가녀린 숨소리의 의지는 무엇보다 강했다. 쉼으로, 오직 쉼으로. 실제로 프롬의 삶에서 가장 고요하고 평온했던 지난 2년의 세월을 눌러 담은 앨범은 곡 하나하나에 다양한 쉼의 결을 섬세하게 새겨 놓았다. 앨범의 문을 여는 ‘그러면 돼요'부터가 그렇다. 긴 겨울을 견딘 두 뺨에 닿은 봄바람처럼,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서 보내는 느긋한 오후처럼 천천히 온기를 퍼뜨리는 노래는 이 앨범이 어디로 가 어떤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하는지를 뚜렷이 드러낸다.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다 보면 두 번째 곡 ‘WATER'가 은은한 파도처럼 밀려든다. '그러면 돼요'를 들으며 느낀 햇빛에 바싹 마른 이불처럼 보송한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기분 좋게 일렁이는 부드러운 수면 위로 금빛 윤슬이 부서진다. 눈 부신 빛이 남기고 간 잔상이 사라지기도 전 찾아온 세 번째 트랙 ‘그런 계절이잖아요'는 어떤가. 앨범의 마지막 곡 ‘가장 보통의 저녁'과 함께 선공개되기도 한 노래는 바쁜 일상 속 갑작스레 파고든 ‘보고 싶다'는 마음의 쉼표를 아무 꾸밈없이 바닥에 툭 내려놓는다. 잔잔하게 흐르는 매일 같은 기타, 그리고 그 안의 섬광 같은 균열을 그리는 클라리넷과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그 솔직한 쉼표의 곁을 묵묵히 따른다. 앨범 [무드 선데이]에 담긴 모든 노래에는, 그렇게 우리가 먼 곳에 두고 온 쉼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잃어버린 쉼을 찾아 떠나는 앨범은 그러나 부러 찾지 않아도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그리운 봄밤을 애타게 부르는 ‘봄밤에 다시 만나', 꿈결처럼 스며드는 드림 팝 ‘ALOHA', ‘그러면 돼요'와 함께 프롬의 목소리와 코러스의 호흡이 달콤하게 녹아 맴도는 ‘JAVI & NIGHT', 최소한의 악기 편성으로 사랑을 곧 나를 죽이고 구하는 다정함이라 말하는 ‘다정함이 나를'까지. 저만의 방식으로 각자의 쉼을 노래한다. 잃어버린 것조차 잊고 있었던 모두의 쉼을 애써 구해 눈과 귀 앞에 들이민다. 노랫말이기도 곡의 무드이기도, 너의 것이기도 나의 것이기도 한 쉼이 한 장의 앨범에 모였다. 그를 불러 모은 건 여유로우면서도 아쉬운, 행복하면서도 쓸쓸한 일요일 늦은 오후의 꼬리 긴 햇살 같았던 프롬의 지난 날들이다. 여담이지만 프롬에게 앨범에 수록될 노래들을 처음 건네받은 날 밤, 마지막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을 정말이지 오랜만에 잘 수 있었다. 추측컨대 앨범 [무드 선데이]가 모아둔 쉼 더미 가운데 한 번도 깨지 않는 깊은 잠이 내 몫의 카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프롬이 정성스레 준비한 쉬어가는 벤치에 잠시 걸터앉아 본다. 나를 내내 괴롭히던 상상 속 라이벌의 잡히지 않는 뒤통수도, 결국 도태되고 말 거라는 모난 협박도 먼 남의 이야기인 것만 같다. 꼭 쥐고 있던 양 손을 펼쳐 본다.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를 닮은 쉼만이 남았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Credit] Produced by FROMM Co Produced by 이치원 Mixed & Mastered by 김대성 @TONESTUDIO @TONESTUDIO JEJU Vocal Recorded by 김대성, 이상철, 김진평, 문정환 @TONESTUDIO Drum, Bass Recorded by 김대성, 이상철 @TONESTUDIO Guitars Recorded by 이치원 @Mansion106 Studio (Track 1,4,5,6) 혼닙(honnup) (Track 2,7,8) eundohee (Track 7) Piano Recorded by LambC @String shop (Track 1,2,5) Digital Edited by 김진평, 이상철 M/V 봄밤에 다시 만나 by GabWorks M/V 가장 보통의 저녁 by Director 진슬 Album Photo by NOMEL Profile Photo by 양동민 Stylist 김민주 H/M 헤일리 Design by 김성구 01. 그거면 돼요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이치원 Drums : 김경인 (Locomotive) Bass : 최인성 Guitars : 이치원 Piano : 권영찬 Mellotron : 이치원 Chorus : 전소현, FROMM, 아우디 유닛(서윤, 장유, 민주, 유쿠, 라미) 02. WATER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Piano : 권영찬 Flute & Clarinet : 박기훈 Guitars & FX : 혼닙 (honnip) Chorus : FROMM 03. 그런 계절이잖아요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Guitars : 김동민 Clarinet : 박기훈 Piano & Contrabass : 권영찬 Chorus : FROMM MIDI Programming : FROMM 04. 봄밤에 다시 만나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이치원 Drums : 김경인 (Locomotive) Bass : 최인성 Guitars : 이치원 Keyboards : 하동준 Chorus : FROMM 05. ALOHA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이치원 Drums : 김경인 (Locomotive) Bass : 최인성 Guitars : 이치원 Piano & Synth : 권영찬 Flute & Clarinet & Saxophone : 박기훈 Chorus : 전소현, FROMM 06. JAVI & NIGHT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이치원 Drums : 김경인 (Locomotive) Bass : 최인성 Guitars : 이치원 Keyboards : 권영찬 Strings : 권영찬 Chorus : FROMM, 아우디 유닛(서윤, 장유, 민주, 유쿠, 라미) 07. 다정함이 나를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eundohee Guitar by 혼닙(honnip) Chorus,MIDI Programming by eundohee 08. 가장 보통의 저녁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혼닙(honnip) Guitars : 혼닙(honnip) Piano : 권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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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m · 1670083200000

“노랫말이기도 곡의 무드이기도, 너의 것이기도 나의 것이기도 한 쉼이 한 장의 앨범에 모였다. 그를 불러 모은 건 여유로우면서도 아쉬운, 행복하면서도 쓸쓸한 일요일 늦은 오후의 꼬리 긴 햇살 같았던 프롬의 지난 날들이다.” 프롬 [무드 선데이] 종종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가 쉬는 방법을 잊은 건 아닐까 의심한다. 취미가 나쁜 작가나 감독이 만든 다크 판타지 속 태엽 인형처럼, 누구도 좀처럼 쉬려고 들지 않는 요즘이다. 그렇게 오래 짓눌린 공기가 나지막이 귓가에 속삭인다. ‘쉬는 건 뒤처지는 거야'. 숨차게 달려온 길 위에 잠시 걸음을 멈춘 순간, 누군지도 모르는 나의 라이벌은 이미 뒤통수도 보이지 않을 만큼 저 먼 곳까지 나를 앞서가 버렸다고 한다. 공기가 전한 말에 의하면 뒤처짐은 또한 도태를 뜻한다. 어느새 만개한 계절에 꼭 맞게 핀 꽃과 잎을 즐기는 사이 세상의 중심은 나에게서 서서히 멀어져 간다. 연유를 따져 물을 새도 없이 사람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동네 아이들처럼 바쁘게 사라진다. 그들이 부리나케 도착한 곳이 천국일지 지옥일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남은 건, 그들이 두고 간 쉼 더미뿐이다. 프롬이 7년 만에 내놓는 세 번째 정규 앨범 [무드 선데이]를 듣다가 문득 그런 풍경을 떠올렸다. 바쁘게 떠난 사람들이 잊고 간 커다란 쉼 더미. 너무 오래 방치되어 희미해졌지만, 그 가녀린 숨소리의 의지는 무엇보다 강했다. 쉼으로, 오직 쉼으로. 실제로 프롬의 삶에서 가장 고요하고 평온했던 지난 2년의 세월을 눌러 담은 앨범은 곡 하나하나에 다양한 쉼의 결을 섬세하게 새겨 놓았다. 앨범의 문을 여는 ‘그러면 돼요'부터가 그렇다. 긴 겨울을 견딘 두 뺨에 닿은 봄바람처럼,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서 보내는 느긋한 오후처럼 천천히 온기를 퍼뜨리는 노래는 이 앨범이 어디로 가 어떤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하는지를 뚜렷이 드러낸다.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다 보면 두 번째 곡 ‘WATER'가 은은한 파도처럼 밀려든다. '그러면 돼요'를 들으며 느낀 햇빛에 바싹 마른 이불처럼 보송한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기분 좋게 일렁이는 부드러운 수면 위로 금빛 윤슬이 부서진다. 눈 부신 빛이 남기고 간 잔상이 사라지기도 전 찾아온 세 번째 트랙 ‘그런 계절이잖아요'는 어떤가. 앨범의 마지막 곡 ‘가장 보통의 저녁'과 함께 선공개되기도 한 노래는 바쁜 일상 속 갑작스레 파고든 ‘보고 싶다'는 마음의 쉼표를 아무 꾸밈없이 바닥에 툭 내려놓는다. 잔잔하게 흐르는 매일 같은 기타, 그리고 그 안의 섬광 같은 균열을 그리는 클라리넷과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그 솔직한 쉼표의 곁을 묵묵히 따른다. 앨범 [무드 선데이]에 담긴 모든 노래에는, 그렇게 우리가 먼 곳에 두고 온 쉼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잃어버린 쉼을 찾아 떠나는 앨범은 그러나 부러 찾지 않아도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그리운 봄밤을 애타게 부르는 ‘봄밤에 다시 만나', 꿈결처럼 스며드는 드림 팝 ‘ALOHA', ‘그러면 돼요'와 함께 프롬의 목소리와 코러스의 호흡이 달콤하게 녹아 맴도는 ‘JAVI & NIGHT', 최소한의 악기 편성으로 사랑을 곧 나를 죽이고 구하는 다정함이라 말하는 ‘다정함이 나를'까지. 저만의 방식으로 각자의 쉼을 노래한다. 잃어버린 것조차 잊고 있었던 모두의 쉼을 애써 구해 눈과 귀 앞에 들이민다. 노랫말이기도 곡의 무드이기도, 너의 것이기도 나의 것이기도 한 쉼이 한 장의 앨범에 모였다. 그를 불러 모은 건 여유로우면서도 아쉬운, 행복하면서도 쓸쓸한 일요일 늦은 오후의 꼬리 긴 햇살 같았던 프롬의 지난 날들이다. 여담이지만 프롬에게 앨범에 수록될 노래들을 처음 건네받은 날 밤, 마지막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을 정말이지 오랜만에 잘 수 있었다. 추측컨대 앨범 [무드 선데이]가 모아둔 쉼 더미 가운데 한 번도 깨지 않는 깊은 잠이 내 몫의 카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프롬이 정성스레 준비한 쉬어가는 벤치에 잠시 걸터앉아 본다. 나를 내내 괴롭히던 상상 속 라이벌의 잡히지 않는 뒤통수도, 결국 도태되고 말 거라는 모난 협박도 먼 남의 이야기인 것만 같다. 꼭 쥐고 있던 양 손을 펼쳐 본다.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를 닮은 쉼만이 남았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Credit] Produced by FROMM Co Produced by 이치원 Mixed & Mastered by 김대성 @TONESTUDIO @TONESTUDIO JEJU Vocal Recorded by 김대성, 이상철, 김진평, 문정환 @TONESTUDIO Drum, Bass Recorded by 김대성, 이상철 @TONESTUDIO Guitars Recorded by 이치원 @Mansion106 Studio (Track 1,4,5,6) 혼닙(honnup) (Track 2,7,8) eundohee (Track 7) Piano Recorded by LambC @String shop (Track 1,2,5) Digital Edited by 김진평, 이상철 M/V 봄밤에 다시 만나 by GabWorks M/V 가장 보통의 저녁 by Director 진슬 Album Photo by NOMEL Profile Photo by 양동민 Stylist 김민주 H/M 헤일리 Design by 김성구 01. 그거면 돼요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이치원 Drums : 김경인 (Locomotive) Bass : 최인성 Guitars : 이치원 Piano : 권영찬 Mellotron : 이치원 Chorus : 전소현, FROMM, 아우디 유닛(서윤, 장유, 민주, 유쿠, 라미) 02. WATER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Piano : 권영찬 Flute & Clarinet : 박기훈 Guitars & FX : 혼닙 (honnip) Chorus : FROMM 03. 그런 계절이잖아요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Guitars : 김동민 Clarinet : 박기훈 Piano & Contrabass : 권영찬 Chorus : FROMM MIDI Programming : FROMM 04. 봄밤에 다시 만나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이치원 Drums : 김경인 (Locomotive) Bass : 최인성 Guitars : 이치원 Keyboards : 하동준 Chorus : FROMM 05. ALOHA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이치원 Drums : 김경인 (Locomotive) Bass : 최인성 Guitars : 이치원 Piano & Synth : 권영찬 Flute & Clarinet & Saxophone : 박기훈 Chorus : 전소현, FROMM 06. JAVI & NIGHT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이치원 Drums : 김경인 (Locomotive) Bass : 최인성 Guitars : 이치원 Keyboards : 권영찬 Strings : 권영찬 Chorus : FROMM, 아우디 유닛(서윤, 장유, 민주, 유쿠, 라미) 07. 다정함이 나를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eundohee Guitar by 혼닙(honnip) Chorus,MIDI Programming by eundohee 08. 가장 보통의 저녁 Composed by FROMM Lyrics by FROMM Arranged by FROMM, 혼닙(honnip) Guitars : 혼닙(honnip) Piano : 권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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