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시간이 인간을 노래하는 방식 음악을 듣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반대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발표한 데뷔 앨범에서 자신을 세상에 처음 소개한 BRWN(브라운)은 이번 앨범에서 자기 음악 정체성과 삶의 서사를 매우 선명하게 드러낸다. [Monsoon]은 ‘계절풍’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일정한 주기에 따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자연 현상을 끌어들여, 아티스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의 점진적인 변화가 상징하는 인간 삶 전체의 순환을 그리는 앨범이다. 이따금 쓰는 표현처럼 브라운이 만든 ‘세계’다. 다만 여기에는 필요한 게 전부 있다. 누군가 그에 빠져들기에 충분할 만큼 크고 확고한 세계관, 세계관이 담길 공간을 꼼꼼히 완성하는 사운드 디자인, 공간을 순차적인 흐름에 따라 채우는 서사까지. 마치 때가 되어 천천히 발을 옮기듯 한음 한음 건반을 짚은 첫 곡 ‘흙’의 인트로를 따라가면, 처음의 선택, 상황과 상관없이 어느새 그가 만든 세상에 동의하고 동화하는 나를 발견한다. 브라운은 동시대 R&B를 세련되게 소화하는 보컬리스트로 경력을 출발했다. 하지만 2집 [Monsoon]은 특정 장르의 스타일과 뉘앙스에 매이지 않는 얼터너티브 팝에 가깝다. 보컬 역시 악기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것 너머 때로는 아예 앰비언트 사운드 효과처럼 기능한다. 음악이 시작되며 거대한 자연 풍광이 곧장 펼쳐진다. 멀리 있는 풍경인 줄 알았던 세계는 브라운의 목소리가 등장함과 함께 가까이 머무는 숨결처럼 다가서고, 그가 대기(atmosphere)에 담은 철학과 서사, 미세한 온도와 감정이 활자 대신 소리를 아로새긴 장편소설 페이지를 넘길 때처럼 차분하게 스며든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티스트와 청자 개인이기도, 그들을 둘러싼 대자연 자체이기도, 그것의 태동과 생장, 소멸을 전부 담은 보편 서사이기도 하다. 이 모두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정형화된 구성, 인위적인 반복 및 흐름을 피하고, 필요한 감각을 차례대로 채우고, 비우고, 전환하는 방식을 취했다. 계절풍(monsoon)은 자연이 숨 쉬는 방식이자, 우리가 사는 생태계가 주고받는 약속이다. 계절마다 방향을 바꿔 바람 타고 흐르는 온도와 습도, 생명의 씨앗과 변화 가능성은 천천히 정해진 목적지에 닿는다. 이 여정은 속도나 일시적인 경향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매번 같은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끝내 이루어낸다. 이 앨범은 목적과 방향을 다룬다. 수록곡의 가사들은 구체적인 사건 대신 정적인 풍경을 그린다. 땅, 물, 사막, 모래, 바람, 언덕. 흩어진 단어들이 자연의 이미지를 직접 그리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언급되는 건 화자의 정서와 그가 처한 현실의 파편이다. 슬픔과 기쁨, 외로움과 아픔, 무감정과 분노, 그리움, 다시 피어나는 감정들. 풍경과 상반된 정서들을 한 세계에 아우르는 조화로운 연출에 따라,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방향성을 따라 이야기가 완성된다. 네 번째 트랙 ‘착각’에서 앨범 내 유일한 피처링 진으로 참여한 잠비나이의 심은용이 덧댄 거문고 연주가, 아홉 번째와 열 번째 트랙에 서브타이틀과 메인타이틀을 배치한 브라운이 우직한 스토리텔링이, 앨범에 무척 잘 어우러지는 건 그 까닭이다. 생의 단면이 칙칙한 흑백의 빛깔로 보이는 순간이 있다. 흔히 그 속에서 간과하는 것은 무채색에도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있으며, 어둠과 빛, 흑백과 유채색의 시간은 언제나 서로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곡이자 타이틀인 ‘춤’은 주로 사운드스케이프가 먼저 들리는 앞선 트랙들과 다르게 시작부터 브라운의 목소리와 선율 뚜렷한 노래가 돋보인다. 행복의 의미를 물으며 출발한 가사는 초라해 보이는 일상 속 켜켜이 의미를 덧대며 불안과 슬픔을 지워간다. 장면이 전환되고 리듬이 덧칠되며 짤막한 질문은 영원한 춤이 된다. 음악을 듣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Monsoon]은 한 아티스트가 오랜 관찰과 깊은 사유를 거쳐 완성한 모처럼의 관조(觀照)의 가치와 미학을, 자연과 인간의 순환 주기라는 거대한 서사를 한 앨범에 압축해서 들려준다. 이 글을 위해 이미 여러 차례 들은 이 앨범을, 한동안 계절 찾아오듯 꺼내 들을 것 같다.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 [Track Credit] 01. 흙 Lyrics by BRWN Composed by BRWN Arranged by BRWN, offblack Vocal by BRWN Chorus by BRWN Drum by HAD Piano by offblack 02. Suspiria Lyrics by BRWN Composed by BRWN, BAU Arranged by BRWN, BAU, yed Vocal by BRWN Chorus by BRWN Piano by yed, BAU Synth by BAU 03. 흐노니 Lyrics by BRWN Composed by BRWN, offblack Arranged by BRWN, offblack Vocal by BRWN Chorus by BRWN Synth by offblack 04. 착각 (Feat. 심은용 of Jambinai / Geomungo) Lyrics by BRWN Composed by BRWN, offblack, Eunyong Sim Arranged by BRWN, offblack Vocal by BRWN Chorus by BRWN Geomungo by Eunyong Sim Piano by offblack 05. 그늘 Lyrics by BRWN Composed by BRWN, BAU Arranged by BRWN, BAU, coordinate, yed Vocal by BRWN Chorus by BRWN Piano by yed, BAU Synth by BAU String by coordinate 06. Monsoon Composed by BRWN, coordinate Arranged by BRWN, coordinate Chorus by BRWN Synth by coordinate 07. 곳 Lyrics by BRWN Composed by BRWN, NOD, 김기산 Arranged by NOD, 김기산, BRWN Vocal by BRWN Chorus by BRWN Synth by NOD String by 김기산 08. 대답 Lyrics by BRWN Composed by BRWN, coordinate Arranged by BRWN, coordinate, yed Vocal by BRWN Chorus by BRWN Piano by yed, coordinate Synth by coordinate 09. 언덕 Lyrics by BRWN Composed by BRWN, coordinate Arranged by BRWN, coordinate Vocal by BRWN Chorus by BRWN Synth by coordinate 10. 춤 Lyrics by BRWN Composed by BRWN, coordinate Arranged by BRWN, coordinate Vocal by BRWN Chorus by BRWN Synth by coordinate [Album Credit] Based on a concept by BRWN Executive Producer by BRWN Production / A&R by JRMUSIC Mixed by HAD at wormzvilla studio Mastered by HAD at wormzvilla studio Artwork by Kyungin Na (@nagang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