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지향하는 붕가붕가레코드 소형음반 No. 13 술탄 오브 더 디스코 《그루브 오피셜(Groove Official)》 댄스 플로어의 풍운아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아랍 풍의 이름으로 갖고선 언제나 터번과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이 정체불명의 집단의 기원에 관해서 몇 가지 설이 있다. 차세대 아이돌 그룹을 위해 선발되어 혹독한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IMF 외환위기에 휘말려 소속사가 망하는 바람에 해외로 도주한 대표를 쫓아 세계 각지를 배회하던 중, 아랍의 모 지역에서 트라볼타와 쌍벽을 이루었다는 왕년의 디스코 제왕을 만나 전설의 음악 ‘아라비안 펑키 소울’을 전수 받아 탄생한 그룹이라는 게 현재까지 가장 유력하다. 공인되어 온 설. 반면 인디 음악계 유일무이의 립싱크 댄스 그룹을 만들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소속사 관계자들이 술자리에서 나눈 얘기가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여 현실화된 것에 불과하게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기원은 이처럼 불분명하나 어쨌든 2006년 서울 봉천동 쑥고개에서 결성된 이래 그들은 주황색 터번과 선글라스를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전국 각지의 댄스 플로어를 차근차근 접수해오고 있다. 특히 2007년 붕가붕가레코드에서 출시한 첫 번째 EP 《여동생이 생겼어요》는 특유의 독자적인 스타일과 함께 탁월한 음악 및 개그 센스로 한국 대중음악계에 그들의 이름을 명백히 각인시켰다. 이후 3년간 음악적인 성숙의 시간과 함께 몇 차례의 멤버 교체를 거쳐 현재와 같이 압둘라 나잠, 무스타파 더거, J. J 핫산의 3인조 진용을 갖추게 되었고, 새 EP 《Groove Official》을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그저 전초전에 지나지 않는다 EP 《Groove Official》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력이란 걸 해봤더니 썩 괜찮은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 압둘라 나잠 자뻑인가 싶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압둘라 나잠이라면 그간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과 같은 인디계의 스타들의 음반에서 공동 프로듀서이자 엔지니어로서 작업해 온 붕가붕가레코드의 중추이자 ‘술탄’의 음악 감독. 그러한 그가 3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고전 디스코 음악들과 현대 클럽 음악의 트렌드를 꾸준하게 연구해 온 성장의 결과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 음반인 것이다. 과연,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음악적 스타일의 진보가 느껴진다. 예전에도 술탄의 음악이라고 하면 일단 탁월한 베이스 라인이 떠올랐지만, 특히 이번 음반에서는 유례없는 베이스의 그루브가 지속적으로 골반을 자극해 온다. 또한 디스코 장르의 음악적 백미라 할 수 있는 관악 파트 역시 요소요소마다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시종일관 신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들로 인해 잊혔던 전설의 음악 ‘아라비안 펑키 소울’은 비로소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게 되었다. “명확한 주제의식과 가슴을 울리는 감성을 갖췄다. 명반이다.” - 무스타파 더거 ‘술탄’이 시종일관 다뤄 온 것은 스스로 잘났다고 믿으며 언제나 잘 해보려 하지만 언제나 좌절하고 마는 뭇 남성들의 초상이다. 마초 같아 보여 매력적이면서도 부담스럽고, 루저 같아 보여 불쌍해 보이면서도 귀엽기도 한 모순적인 감정을 동시에 자아내는 그들의 모습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껄떡남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인 ‘마법사 자파’가 이러한 주제 의식을 아라비아 풍의 이국적 멜로디와 함께 예의 개그 센스를 바탕으로 풀어내고 있다면, 제대로 작렬하는 것이 바로 타이틀곡인 ‘일요일 밤의 열기’다. 도서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에 데모 버젼이 삽입되어 많은 리퀘스트를 이끌어내기도 했던 이 노래는, 내내 기다려 온 주말을 술과 TV로 보내고 나서 어느새 일요일 밤을 맞이해 버린 샐러리맨의 좌절감을 더할 나위 없이 구슬프면서도 신나게(!) 묘사해 내고 있다. 이른바 ‘오피스 그루브(Office Groove)'의 등장. 음반 제목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이런 맥락에서 다소 이례적이라 느낄 수 있는 노래가 ‘숱한 밤들’이다. 90년대 한국 최고의 R&B 뮤지션 중 하나였던 솔리드 및 김조한에 대한 리스펙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노래는 그들이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발라드’ 곡이다. 예전의 그들이었으면 그저 개그를 하고 말았을 법한 이별의 감정을 장장 6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 내내 절절하게 풀어내고 있는 것을 보면 3년의 시간이 그들에게 가져다 준 성숙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특히 마지막의 절정 부분은 압둘라의 소울메이트이자 음악적 라이벌인 무스타파 더거의 탁월한 멜로디 감각이 돋보이는 이 음반의 백미. 이 노래를 통해 ‘술탄’은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 놀랄 것은 없다. 이것은 그저 전초전일 뿐이니.” - J. J 핫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래는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대망의 첫 번째 정규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빨리 그들의 작업을 접하고 싶어 하는 팬들의 성화로 인해 내 놓은 중간 결과물이 이번 EP라는 게 ‘술탄’ 멤버들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도 자주 접하고 싶다는 팬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그동안 뜸했던 공연도 지속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 일단 지난 5월의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기존의 립싱크 댄스 그룹 포맷을 버리고 처음으로 풀 밴드의 진용을 갖추고서 성황리에 마쳤고, 음반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의 몇 개월 간 홍대 인근의 클럽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공연을 할 예정이란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의 몇 차례 되지 않는 공연이니 넋 놓고 있다가 놓치시는 일이 없으시길. ‘술탄’의 공식 커뮤니티(http://club.cyworld.com/disko) 혹은 소속사 붕가붕가레코드의 홈페이지(http://www.bgbg.co.kr)에서 이들의 활동 정보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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