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음반에 [2적]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한 것일지 모르겠다. 그의 음악사 제2기를 연다는 의미를 담았다. 어쩌면 이번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작일수도 있다. 본인의 표현을 빌자면, '방자'함을 거세했다고 할까.평소 존경해 마지 않았으며 이번 앨범을 완성하는데 각별한 영감을 제공해 준 아티스트로 레드 제플린과 비틀즈 그리고 프린스, U2를 꼽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이번 앨범에 담긴 음악들이 어떠할지 대략 짐작이 간다. 긱스 시절을 연상시키는 펑크(funk) 넘버는 '그림자' 한 곡 정도로 줄였다. 그 어느 때보다 멜로디 라인을 강조했고, 무엇보다 자유롭게 음악 생활을 할 수 없었던 몇 년간 꼭꼭 담아둔 욕구들을 분출 시킨 것이다. 내외적으로 보다 부드럽고 유연해 진 그를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과욕으로 인해 지나치게 '날이 선' 태도를 가졌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좋은 선배들과 작업을 하게 되면서, 편하게 즐기면서 음악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면서 그가 많이 달라졌다. 자기 몸에 맞는 음악을 찾은 셈이다.마스터링 과정만큼은 뉴욕 [스털링 사운드]의 테드 젠슨에게 일임했다. 영국으로 건너가 마무리 손질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러한 시도가 혹시 '악의 축을 선회하는 소비 여행'으로 비칠까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기왕 욕심 낸 일이니. 그에게 있어 이 과정은 영화인들이 말하는 후반 색 보정 작업과 다를 바 없다고 표현했다. 앨범에 담긴 곡들에서 해외 팝 음악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을 때, 그는 그것이 단순히 해외 마스터링 덕은 아니라 했다. 의도된 바는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문법'에 의거해 진행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는 거다. 그는 사실 뻔한 대중 가요 문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한편 마냥 직선적으로 뻗던 보컬이 좀 더 섬세한 감성 표현을 담아내기 시작한 것 또한 이번 앨범을 통해 거둔 큰 성과 가운데 하나다. 그간 숱한 음악인들이 그의 보컬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그 자신이 불만이 많았다. 얇고 특이한 음색이지만 울림이 깊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처음 음악 하던 때에는 싱어 송라이터에게 보컬 솜씨가 무어 그리 중요하랴 싶었다. 존 레넌, 최성원, 김창완 그리고 유재하 정도를 늘 마음에 품고, 중요한 것은 느낌이라고 치부했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라이브 활동에 치중했던 긱스 시절, 자신의 한계를 절감케 되었고, 결국 '느끼고, 하면 는다.'는 진리를 몸소 깨달았다. 호흡의 폭이 넓어지니 곡 만들기도 그만큼 더 수월해진 셈이다.서른 곡 이상을 완성해 그 중 12트랙만 실렸지만, 간혹 튀는 곡들이 있다. 비슷비슷한 곡들만 모아 놓아 청자들에게 지루한 느낌을 주기는 싫었던 까닭에 의도적으로 곡 배열에 신경을 쓴 거 였다. 기본적으로 소프트 한 모던 록 음악을 지향하지만, 방송 홍보 곡이라는 미드 템포 트랙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바로 앞에는 '하늘을 달리다' 같이 밝고 경쾌한 여름 빛 록 넘버를 배치하는 식으로 말이다. 흡사 일본 밴드 튜브(Tube)의 음악을 듣는 듯 한 곡이다. 1998년의 패닉 3집 [Sea Within] 이후, 인연을 유지해 온 신연아가 속해 있는 빅 마마가 백 보컬을 자청했다. 곡 후반부의 애드 리브도 유쾌하다. 한편 그가 모처럼 분노에 차서 부른 정치적인 가사의 곡이 하나 있으니 바로 '장난감 전쟁'이 그 문제의 트랙이다.동갑내기 친구 김윤아와 함께 부른 '어느 날'은 그가 유독 큰 애착을 보이는 곡이다. 애초부터 그녀와의 듀엣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곡으로, 원 테이크(One Take)로, 즉 한 번 불러 바로 녹음했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특유의 음산함과 귀기(鬼氣)는 한국 가요에서 좀처럼 전례를 찾기 힘들다. 들으면 들을수록 몸에서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는다는 주위의 고백도 덧붙여 주었다. 보너스 트랙으로 담긴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는 오리지널 버전에서 하림이 연주한 하모니카 파트를 jp(김진표)의 랩으로 다시 풀어낸 점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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